2016년 개봉한 영화 <스플릿>은 한국 영화계에서 드물게 볼링을 소재로 한 스포츠 드라마다. 유해진과 이다윗의 연기 시너지, 개성 강한 캐릭터들, 그리고 볼링 경기의 박진감을 드라마적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이 작품은 당시에는 큰 흥행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재평가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스플릿>이 가진 장점과 단점, 그리고 스포츠 드라마로서의 의미를 분석해본다.
1. 장점: 새로운 스포츠 장르 도전과 캐릭터 중심 서사
<스플릿>의 가장 큰 장점은 ‘볼링’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한국 영화에서 축구, 야구, 복싱 등 흔한 스포츠는 종종 다뤄졌지만, 볼링을 중심으로 한 본격 스포츠 드라마는 매우 드물다. 이런 측면에서 <스플릿>은 분명한 도전이자 실험이었다. 영화는 단순히 볼링 경기 자체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들의 감정선과 인생의 굴곡을 볼링과 연결시킨다. 전직 프로 볼러였지만 사고 이후 불법 볼링 도박판에서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철종’(유해진 분)과, 사회성은 부족하지만 천재적인 볼링 실력을 지닌 청년 ‘영훈’(이다윗 분)의 조우는 영화의 서사를 탄탄하게 구성하는 핵심이다. 유해진은 특유의 인간미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몰락한 선수의 현실을 공감가게 표현했고, 이다윗은 비언어적 연기와 동작을 통해 영훈이라는 인물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두 인물의 ‘브로맨스’는 단순한 스포츠 콤비를 넘어 인간적인 연대와 성장 서사를 완성한다. 또한, 볼링 경기 장면의 촬영과 편집도 뛰어난 몰입감을 제공한다. 공이 굴러가는 소리, 스트라이크 순간의 타격감, 관중의 반응 등을 리듬감 있게 담아내며 관객에게 실제 경기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이처럼 <스플릿>은 흔하지 않은 스포츠와 독특한 인물 조합, 그리고 잘 짜인 연출력을 통해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2. 단점: 상업성과 깊이 사이의 아쉬운 균형
반면, <스플릿>은 몇 가지 단점도 동시에 안고 있다. 가장 지적되는 부분은 서사의 전개가 다소 전형적이라는 점이다.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청년과, 그를 이끄는 멘토라는 구도는 이미 많은 스포츠 영화에서 사용된 구조다. 비슷한 흐름은 <국가대표>, <퍼펙트 게임>, <챔프> 등의 한국 스포츠 영화에서도 볼 수 있으며, <스플릿>은 이런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악역 캐릭터의 설정이나 도박판이라는 배경 설정은 이야기의 현실성을 다소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캐릭터의 심리를 보다 깊게 파고들 수 있었지만, 상업적인 템포를 위해 일부 감정선이 얕게 처리된 부분도 아쉬움을 남긴다. 흥행 성적에서도 이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는 생소한 소재와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일반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장르적 실험은 높이 평가되지만, 감정의 밀도나 상업성의 균형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스포츠 영화로서의 클라이맥스 연출이 다소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경기 결과보다 인물 간의 감정에 집중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스릴이나 박진감 측면에서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3. 재조명: OTT 시대의 가치와 인간 드라마로서의 의미
개봉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던 <스플릿>이 다시 조명받기 시작한 데에는 OTT 플랫폼의 역할이 크다. 영화는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에서 스트리밍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유해진과 이다윗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재평가되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작은 이야기의 진정성’을 찾는 관객들이 늘어나면서, <스플릿>이 가진 인간 드라마로서의 가치가 부각되었다. 볼링이라는 소재는 이제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을 비추는 상징으로 읽히게 되었고, 실패한 사람들의 재기와 치유 서사는 현실적인 감동을 전한다. 또한, 202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볼링 인구가 늘어나고, 스포츠 복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스플릿>이 스포츠 영화로서 가지는 상징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형화된 영웅 서사가 아닌, 평범한 인물들의 연대와 성장, 삶에 대한 복귀를 그린 <스플릿>은 요즘 시대에 더 필요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영화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인생의 승부는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4. 결론: 다시 보면 보이는 영화, 스플릿
<스플릿>은 단점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보다 더 큰 장점과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신선한 소재, 진심 어린 연기, 그리고 사람에 집중한 연출은 이 영화를 오랜 여운을 남기는 스포츠 드라마로 만든다. 지금 다시 보면 더 잘 보이는 영화, <스플릿>은 단순한 ‘볼링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